- 한줄평
그네들은 요조가 그저 한심하고 부끄러운 인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결국 요조에게 공감하는 것이라는 아이러니가 참으로 비극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 QUOTE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자주 자리에 누워서 지내야 했으면서도 요나 베개 커버, 이불 커버를 불필요한 장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주 실용적인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스무 살 가까이 됐을 때야 비로소 깨닫고 인간의 알뜰함에 감탄하면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부인은 그 타고난 보기 드문 미덕 때문에 겁탈당한 겁니다. 게다가 그 미덕은 남편이 늘 동경해온, 순진한 신뢰라는, 참을 수 없이 가련한 것이었습니다.
순진한 신뢰는 죄입니까?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호리키의 이상스럽게 다정했던 미소에 나는 눈물을 흘리고, 판단도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자동차에 실려 이곳으로 끌려와서 광인의 신세가 됐습니다. 이제 여기서 나가더라도 나는 역시 광인, 아니 폐인으로 낙인찍히게 되겠죠.
인간, 실격.
이제, 난,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됐습니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이 됩니다.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어 사람들은 40대 이상으로 봅니다.
- 요조에 대하여
우리 모두,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다른 사람들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법이다. 우리 순수한 요조는 인간으로서, 인간이기에, 인간과 다른 것이 못 견디게 고통스러운 영혼이다. 인간의 분노, 범죄, 시기, 가식, 위선 그 면면이 이해되지 않아 인간이 두려운 것이다. 도리어 그렇기에 요조는 인간이 닮고 싶다. 기뻐할 것에 기뻐하지 못하고 고통스럽지 않은 것에 고통스러운 자신이 부끄럽고 혐오스럽다.
'익살'은 요조가 선택한 가면이자 인간과의 실날같은 연결이다. 나는 그 익살을 보며 생각했다. 이 얼마나 인간다운 기만이고 거짓인지. 하지만 무지하고 상처받는 것마저도 인간의 속성인지라, 차마 요조를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마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말하지 못하겠다.
현대 사회의 어떤, 많고 많은 청년들이 아마도 그렇듯, 나 또한 스스로를 혐오하면서도 스스로를 위해 변명할 줄 아는, 그러다 결국 그 간극에 숨이 막히는 질식사에 공감한다. 인간이기에 별 수 없는 인간과의 차이, 인간이기에 갖는 공통점, 그 혼재 속에서 결국 나 자신은 그 누구와도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그 외로움에 공감한다. 결국 세상은 '나'와 '나와는 다른 이들', 즉 '나'와 '인간'으로 분리되고야 마는 것이다.
<인간 실격>이야 항상 명작 취급이었지만, 특히 근래 들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판매 부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아마 그 이유는 결국 저 인간들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달으며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요조야말로 바로 그 '저 인간'이지 않나. 특히나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저 순수한 요조마저 인간 사이에서 실격되지 않았느냐'며 자기 위안의 구실까지 찾고야 말았다.
그저 요조가 불쌍할 뿐이더라도, 그 감정의 분출이면 되었다. 요조가 한심할 뿐이라면, 그 몰이해로도 충분하다. 결론이 어떻든, 단 한 번이라도, 요조는 인간으로서의 고려 대상으로서 존재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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